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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국에 대한 단상

작성일
2026-08-05 09:15:13
작성자
홍보미디어과
조회수 :
52

(사진) 박성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사진) 박성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장마가 시작되는 7월이면 수국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화려한 꽃은 많지만, 수국만큼 비와 잘 어울리는 꽃은 드물다.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아름답고, 햇살보다 빗방울을 머금었을 때 더욱 깊은 빛을 내는 꽃이다. 그래서일까. 비를 머금은 수국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계절도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다.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저마다의 빛깔로 조용히 여름을 채우는 모습에서 자연은 늘 같은 풍경만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수국을 바라볼 때마다 눈길이 머무는 것은 꽃의 크기가 아니라 빛깔이다. 푸른빛이 짙은 꽃도 있고, 분홍빛을 머금은 꽃도 있으며, 보랏빛과 연보랏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꽃도 있다. 같은 수국인데도 어느 하나 같은 색이 없다. 그런데도 꽃밭은 전혀 어수선하지 않다. 오히려 서로 다른 색들이 함께 있을 때 더욱 아름다운 풍경이 만들어진다. 자연은 애써 모든 꽃을 같은 색으로 피우지 않는다. 다름을 그대로 품고 있을 때 비로소 조화가 완성된다는 사실을 수국은 말없이 보여준다.

 

취임한 지 어느덧 16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곳곳을 다니며 많은 입주기업을 만났다. 첨단 제조기업도 있었고, 글로벌 물류기업도 있었으며,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기업도 있었다. 오랜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워 온 기업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도 있었다. 규모도 다르고 업종도 달랐으며, 기업문화와 성장 방식도 저마다 달랐다.

 

처음에는 그런 차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기업마다 안고 있는 고민도 달랐고, 필요로 하는 지원도 달랐다. 하지만 현장을 자주 찾고 기업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은 조금씩 달라졌다. 같은 모습의 기업만 모여서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기술과 경험이 모이고, 서로 다른 경쟁력이 어우러질 때 더 큰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현장은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문득 수국이 떠올랐다. 같은 꽃이지만 저마다 다른 빛깔을 품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모습이 현장에서 만난 기업들과 닮아 있었다. 어떤 꽃은 유난히 선명한 색으로 시선을 끌고, 어떤 꽃은 은은한 빛으로 주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러나 어느 하나 없어서는 지금의 풍경이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워 가고 있었고, 그 서로 다른 경쟁력이 모여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이라는 이름의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현장을 다니다 보면 기업들은 제각기 다른 언어로 미래를 이야기한다. 어떤 기업은 기술혁신을 말하고, 어떤 기업은 사람을 이야기하며, 또 다른 기업은 세계시장을 향한 도전을 꿈꾼다. 표현은 달라도 결국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마음만큼은 모두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행정 역시 하나의 기준으로 모두를 바라보기보다 각자의 여건과 가능성을 이해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국은 자신의 색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푸른 꽃이 분홍 꽃을 닮으려 하지 않고, 분홍 꽃이 보랏빛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빛깔로 묵묵히 피어난다. 그래서 수국은 화려함보다 조화를 먼저 이야기하는 꽃인지도 모른다.

 

사람도, 기업도 그렇다. 모두가 같은 모습일 필요는 없다. 서로 다른 경험과 생각, 서로 다른 강점이 함께할 때 더 큰 가능성이 만들어진다. 다름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를 더욱 빛나게 하는 힘이다. 수국이 아름다운 이유도 같은 색이어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색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올여름에도 수국은 지난해와 같은 자리에 다시 피어날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와 똑같은 빛깔은 아닐 것이다. 계절은 반복되지만 자연은 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꽃을 보면서도 해마다 다른 감동을 만난다.

 

비를 머금은 수국 앞에 서면 꽃보다 먼저 그 빛깔을 바라보게 된다. 지난 16개월 동안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서 만난 많은 기업들도 내게 같은 가르침을 주었다. 서로 다른 색이 함께할 때 풍경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서로 다른 경쟁력이 함께할 때 미래는 더욱 단단해진다는 것. 올여름 수국은 그 사실을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다시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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