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BJFEZ MAGAZINE HELLO BJFEZ 2025. 07. Vol. 95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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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스페셜 포커스
알아두면 커피의 첫 향을 품은 도시, 부산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 전해진 것은 조선 말기 서양 선교사와 외교관을 통해서
쓸모 있는 다. 이때 고종이 1896년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르면서 처음 커피
를 접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로 고종보다 무려 12년이나 앞서 커피를
맛본 인물이 부산에 있었다. 개항기 부산항 감리서에서 근무했던 민건호다. 그가
부산 커피 남긴 해은일록(海隱日錄)에 따르면 1884년 7월 27일(양력 9월 16일), 갑배
이야기 차(커피)를 대접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부산은 대한민국 최초의 커피 음
용 도시로 알려져 있다.
광복 이후 6·25전쟁을 거치면서 부산은 임시수도로 지정되었다. 자연스레 미군
물자가 집중됐고, 그 가운데 인스턴트커피가 전파되면서 본격적인 커피 대중화
향긋한 커피는 이제 가 시작됐다. 1950년대 부산 광복동 일대는 다방이 가장 밀집한 지역이었다. 당
현대인의 일상이자 필수품이다. 시 가장 규모가 컸던 ‘밀다원’을 비롯해 다양한 다방이 문학예술인들의 교류 공
그런데, 이 커피가 처음 향을 간이자, 전시와 토론이 오가던 문화 거점 역할을 했다.
틔운 곳이 바로 ‘부산’이라고?! 부산사람이라면 다 안다는 서면의 마리포사도 빼놓을 수 없다. 1970-80년대
시대마다 다른 방식으로 에 다방에서 커피숍 문화로 변화던 그 길목에 바로 카페 ‘마리포사’가 있었다. 여
커피를 품어온 도시, 그 깊고 전히 부산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커피가 부산에 영향을 주었다
진한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는 의미를 증명하는 셈이다. 2000년대 이후로는 남포동, 해운대, 영도, 전포카
페거리 등지에 개성 있는 카페들이 생겨나면서 커피는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
며들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가덕도나, 진해 속천항 주변 카페거리에서
도 바다를 전망하며 향긋한 커피를 음미할 수 있다.
이런 커피 문화 흐름 속에 부산항은 국내 커피 수입의 94%를 처리하는 주요 관
19세기의 부산항
문이자, 세계 2위의 환적항만으로 커피 가공무역을 통한 수출에도 적합한 인프
라를 갖추고 있다. 부산경제자유구역은 이 기반을 바탕으로 커피산업 생태계 활
성화를 통해 ‘커피도시 부산’의 미래를 한층 더 견고히 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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